목포 관청의 저스틴 로우 경감은 병졸들을 이끌고 손수 시장 순찰을 나서는데, 아랫것들에게 맡겨도 될 일에 직접 나서는 것이 수하의 향리들에게는 가시 방석에 올라 앉은 것 마냥 너무나 불편하였다. 매일 이 시간에 한바퀴 휙돌아보는 시장 순찰이 하급 향리들에게는 꽤나 짭짤한 부수익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라. 시장의 많은 상인들이 관청으로부터 돈을 빌려 장사를 하니 매 달 상인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피똥을 싸고 있었더라. 이에 납부일을 하루 이틀 미뤄주매 관리비 명분으로 가게 마다 세를 뜯어내어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자기 집에 슬쩍 들러 수금한 돈을 독 안에 몰래 넣고 돌아오는 길에 거리의 주막에 들러 공짜 술로 목을 축이고 얼큰허게 취할 때 쯤 관청으로 복귀하니 하루 하루 재산이 늘어가는 이 신나는 신선 놀음에 관청의 고위 관료 저스틴 경감이 끼어든 것이 가슴 속에 천불나는 불만인 것이라. 매일 매일 삥뜯기 놀음에 하루가 빠진다 하여 큰 타격이 있겠냐마는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보니 안그래도 이런 저런 건수들로 크게 먹는 고위 관료가 애랫 것들의 밥에도 숟가락을 얻는 것이 불쾌한 것이었다.
저스틴 경감은 두께가 볏단만한 장부를 휙휙 넘기며 어느 한 시장 상인에게 따져 묻는다.
"그래, 이 어물전은 매월 소출이 백 팔십금이라 등록되어 있는데, 이 금액이 맞는가?"
"이예. 허나..."
어물전 상인은 무엇인가 하소연을 하려 입을 열다 저스틴 경감의 칼 같은 다음 말이 그의 말을 싹둑 잘라 버린다.
"그리고 이 어물전을 차리기 위해 자네가 관청으로부터 나랏돈 이천금을 대출하여 갔고, 매달 원금 팔십 금과 이자 육십 칠금을 합하여 백 사십 칠금, 그리고 뒤에 칠금은 법규대로 에누리쳐서 올리면 백 오십금을 관청에 납부하여야 하는 것이 맞는가?"
"이예. 허나..."
어물전 상인이 또 한번 하소연을 하려 입을 열지만 저스틴 경감의 혓바닥 칼은 자비롭지 못하더라.
"허고, 이번 달 납부 기한이 어제까지인 것이 분명 맞는가?"
"이예."
상인은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서는 내가 관청에 끌려가면 싸리나무같이 비쩍 마른 아내와 아이들은 이제 어쩌나 하고 걱정이 태산만해졌다. 애초에 고리 사채업자들 보다도 지독하기로 소문난 관청의 대출금을 받아 가게를 차린 것이 잘못이었던가, 억울함과 분함에 치를 떨며 눈물을 짜 내려고 해도 배를 주린지가 오래되어 눈물 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것이 참으로 비참하고 비참하다 느끼는 찰나 생각치도 못했던 말이 이 관청 고위 관리의 입에서 떨어지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부당허구만."
"이...이예?"
"어찌 월 소출이 백 팔십금인 자에게 백 오십금을 관청에 바치라 하는가 말이야. 원금이야 그렇다 치지만 어찌 이자를 그리 높이 받는 것인가."
상인은 혹시나 이 못된 관리가 나를 떠보아 시비를 걸어올 껀덕지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에도 없는 소릴 꺼내어 본다.
"그... 그야, 나랏님들이 저희같은 미천한 것들이 장사를 하여 먹고 살 수 있게 돌보아 주시니..."
"진정 그리 생각하는가?"
저스틴 경감의 물음에 상인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분명 나를 관청에 끌고가서 내 머리칼을 잘라다 붓을 만들고 돈 되는 노역에 부려먹다가 힘이 다하면 팔 다리를 잘라다 관청 수령 고깃상을 닦는 기름으로 쓰려는 속셈이렸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하며 굽힌 몸을 벌벌 떨고 있는데.
"이번 달 원금은 내가 대신 내어 줄 터이니 이자만 내시게."
"이...예?"
"몰골을 보하허니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는 듯 한데 이번 달은 돈 걱정 하지 말고 식솔들이나 잘 보살피게."
이러면서 경감은 볏단같은 장부의 한 쪽에 귀퉁이에 적힌 상인의 이름 옆에 시뻘건 줄을 휙긋고는 멋드러진 필체로 '원금 납부'라는 네글자를 써 제끼는 것이었다.
"가자~"
저스틴 경감이 호령하자 뒤따르던 병졸들이 예이 하고 따른다. 게 중에는 헛탕친 오늘 수금이 아까워 투덜대는 향리들도 있었으나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고 경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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