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유일한 희망이요 나라를 개혁할 마지막 인물이라 여겨지는 노엄 선생을 해하려는 자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된 드레이크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일단 크게 소리를 지르고 본다.
"무슨 짓이오!"
다급한 마음으로 나무에 매달린 채 소리는 질렀으나 이미 선생의 등 뒤로 서슬 퍼런 단도를 든 사내가 달려드는 찰나렷다. 이 끔찍한 사건의 현장을 차마 눈뜨고 볼 용기가 없어 눈을 질끈 감으려는데 어디선가 돌맹이 하나가 날아와 그자의 뒤통수에 딱 하고 맞는다. 노엄 선생의 뒤를 노리던 자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마루 위로 떨어져 우당탕 나뒹군다.
"자객이다!"
마루 앞 마당에서 서생들을 통제하며 감시하던 경호위 셋이 그제서야 급히 사태를 파악하고 마루위로 뛰어 올라와 한명은 자객을 제압해 누르고 둘은 노엄 선생을 감싸며 별채 안방으로 피신시킨다. 드레이크는 순식간에 강의동 별채에 일대 소란이 이는 것을 보면서 아찔했던 이 순간이 어디선가 날아든 돌멩이 하나 덕에 천만 다행으로 넘기는구나 하는데,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주변이 흐릿하고 눈에 뵈는 게 얼마 없는 것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런가 하며 주변을 휙 휙 스쳐가는 기억들을 되짚고 있는데, 얼마 전 드레이크가 만물의 이치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관련 서책을 쌓아두고 탐독하던 때가 떠오른다. 철학과 과학을 아우르며 사색하매 이 세상의 만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우리의 머리가 세상 만물이 그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인가 하는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고민하였더라. 만약 내가 내 손 위에 사물이 있다고 믿으면 사물이 생겨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믿음만으로는 실체가 생겨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인가 하고 생각하던 차에 난데없이 손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쥐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드레이크가 바하이트 학당 외곽에 위치한 어느 의원 병실에서 한참만에 눈을 떠 급하게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니 학당 동료가 화색을 하며 달려와 안부를 묻는다.
"이 친구 이제야 정신이 드는가 보구먼."
"내가 왜 이곳에 누워 있는가?"
드레이크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동료 학생이 실소를 하며 대꾸한다.
"자네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 기억나지 않는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환자가 깨어난 것을 본 의관이 급히 다가와 진맥을 한다.
"몸의 기운이 다시 돌아와 다행이오."
드레이크가 어리둥절하며 쳐다보자 의관이 말을 잇는다.
"처음 이곳에 실려왔을 때 마치 죽은 사람 같았소이다. 사람이란 자고로 몸에 기운이 흘러 맥이 느껴져야 하거늘 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죽은 사람을 데려온 줄 알았지 뭐요."
의관이 드레이크를 다시 침상에 누이며 자리를 정돈해 주며 말하였다.
"아직 기운이 정상치로 돌아온 것은 아니니 좀 더 몸을 살피시오."
의관은 침상 옆에 걸려있는 종이에 무언가 간단히 기록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노엄 선생께서는 어찌 되었는가."
드레이크가 침상에 누운 채로 동료에게 물었다.
"걱정 말게. 무사히 학당을 빠져나가셨네. 그 소란 때문에 강의가 취소되어 버렸지만 그게 어디 선생의 목숨보다 중하겠는가."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로군."
"다행이 아닐세. 그 때문에 지금 난리가 났네. 바하이트의 모든 서생들이 광주 관청으로 항의를 하러 몰려갔다네."
"아니, 광주 관청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서생들이 그 곳에 항의를 하러 간단 말인가."
드레이크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동료는 입꼬리를 내리 깔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이번 일의 가담자가 모두 세 놈이었는데 그 중 두 놈은 그대로 달아나 버렸고 한 놈은 경호위가 붙잡았다네. 그런데 글쎄 그의 품에서 광주 관청 병부 소속의 병사임을 증명하는 명패가 나왔다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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